작성일 : 05-09-30 12:12
코스타리카 선교사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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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부름받아 동역자된 여러분께

오전내내 흐리고 굽굽하더니 오후가 되자 예약된 방문객인양 어김없이 장대비가 양철 지붕을 두들깁니다. 해발 천이백 미터의 고지대에서 듣는 우룃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가깝게 들립니다. 이곳은 지금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온 동네를 휩쓸 듯한 폭우가 연일 쏟아지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건기 동안 숨돌릴 새없이 분주한 사역으로 지친 육신에 휴식을 취할 수있는 고마운 시기 이기도 합니다.

자주 소식 드리진 못했지만 매일 새벽 기도에서 여러분들을 떠올리며 기도 했습니다. 선교지에서의 햇수가 더 해 갈수록, 사역이 확장될수록 배후에서 후원하시는 여러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협력해 주시는 여러분께 전지하신 하나님이 큰 복 주실 줄 믿습니다.

1.    하나님께서 저희를 코스타리카 선교사로 보내신 이유인 치리뽀 인디안 사역이 처음 시작때부터 지금까지 중단 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말도 탈 수 없는 험난하고 가파른 산속을 일주일 이상 걸어 들어가야하는 깊은 산중에 치리뽀 제 9교회, 제10교회가 개척되었습니다. 기본적인 건축 자재를 교인들이 근근히 등짐으로 힘겹게 져다 날라서 엉성하긴 해도 넓직한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우리에게도 와서 전파하라’고 끈질기게 요청하던 인디오들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 인디언 지역에 더 이상 발을 디디지 말라’ 며 박선교사를 강제추방 시키던, 16년 전 치리뽀 인디오 사역 초기 때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    하나님이 치리뽀 영혼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은 특별하십니다. 힘든 산길을 죽을 힘을 다하여 걸을 땐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 맘속으로 몇 번씩 다짐을 했지만, 때가 되면 다시 그길을 걷고 있는 박선교사를 통하여서 많은 단기 선교팀들이 ‘오직 치리뽀’를 고집하며 방문하게 하십니다. 이 땅을 침입한 스페인계 백인들에게 최후의 저항을 하던 인디언 추장이 공개적인 참수를 당한 이후, 잔존한 인디오들은 인적이 닿지않는 깊은 산속으로 은신하여 동물같은 생활로 목숨을 부지한 것이 오늘까지 이르렀습니다. 사람인데도 짐승으로 취급받는 그들은 마냥 행복합니다. 도무지 웃을 줄을 모르던 그들, 억지로 웃기를 강요하면 동물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던 그들이 아직까진 소리내어 크게 웃을 줄은 몰라도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지을 만큼 변했습니다.


3.    열대 지방이라 해도 해발이 높은 산속은 기온이 차갑습니다. 12월의 밤은 뼛속까지 시리는 싸늘함으로 잠을 설치게 합니다. 치리뽀에서 맞은 첫번째 성탄절, 밤 예배를 마치고 길이 멀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많은 교인들로 북적대는 작고 허술한 교회는 밤바람을 피할 잠자리도 몸을 덥힐 이불도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통나무를 도끼로 툭툭 갈라 칡으로 엮은 벽은 바람막이라기보단 산짐승의 공격을 막기위한 용도이니 안이나 바깥이나 춥기는 마찬가지일 터였습니다. 밤사이 시름시름 타던 등걸불도 재로 남은 이른 새벽, 양철 한장이 날아갈 듯 걸쳐진 한 데에 두살쯤 된 딸과 십대의 젊은 부부가 바나나잎 몇장을 덮고 맨 땅에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근처의 바나나 밭에도 군데군데 바나나잎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습니다. 벌써 16년 전의 일이지만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속의 그들이 박선교사가 치리뽀를 가지 않으면 안될 든든한 이유가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4.    이방인의 출현에 숲속으로 귀신처럼 사라지던 그들, 얼굴이 마주쳐도 의사소통이 불가했던 그들이었지만 십수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단기 선교팀들이 가면 먼저 악수도 청하고 어울려 축구도 하고, 문장이 틀리긴해도 부족어 대신 스테인어도 넙죽넙죽 잘 합니다. 그 사이 10개의 교회가 해발 3,820m를 자랑하는 치리뽀 산기슭과 중턱에 개척되었고 9개의 교회가 예배당을 지었으며, 천을 헤아리는 형제 자매들이 생겼습니다. 교회마다 목회자가 세워져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16년 전의 젖먹이들이 어느 새 결혼하여 그 때의 저들만한 아기를 업고 교회에 옵니다. 치리뽀 산속의 첫 방문객이자 낮선 동양인인 저희 가족을 보곤 심한 낯가림으로 죽어라고 울어대던 아기에게, 국에서 건진 쇠갈비 뼈 하나를 쥐어줬더니 이도 나지 않은 어린 것이 아귀같이 핥아대던 그 모습이 성스럽기조차 하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벌써쟤들이 저렇게 컷구나,’ 하다가, ‘서른을 막 넘긴 팔팔한 청년으로 이곳에 발을 디딘 박 선교사 자신도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초로에 접어들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5.    이웃나라 니카라과 사역과 필라델피아 교회, 산호세 창세교회, 단기 선교팀들의 열심있는 활약, 기도의 놀라운 응답등 은혜 나눌 사건들이 광범위한데, 여태껏 쓴 것이 치리뽀 인디오 사역에만 치중하고 만 것은 우중충한 날씨 탓인가 싶습니다. 다음 편지엔 저희를 도구 삼아 지경을 넓히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여러분들의 간절한 소망들이 이루어지도록 새벽마다 기도하겠습니다.

6.    요즘처럼 비가 많이 와 기온이 뚝 떨어지면 치리뽀 사람들은 허술한 가옥 구조로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정체모를 괴질에 시달리다 죽어가곤 합니다. 치리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합니다. 저희를 위해서는 ‘저희 부부가 세속화 되지 않은 맑은 영성을 유지하며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5/8/27)

코스타리카 선교사 박성도, 박순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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