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3-23 15:46
단기 선교에 다녀와서(3/2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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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웅
조회 : 1,150  
저는 오랫동안 코스타리카 단기 선교를 사모해 왔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두 번 모두 저는 새벽에 단기선교팀을 환송했습니다. 왜 그렇게 가고 싶었던지요. 못갈것을 뻔히 알면서도 훈련에 참여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가는 분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꼭 남들 다가는 수학여행을 못가는 사람의 심정이 이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 스탬프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작년에 저는 한국에 다녀 오면서 스템프를 다시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겸사겸사 다녀온 것이지만 이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년 전에 tax return중에 600불을 떼어서 교회에 단기선교비로 deposit을 해 놓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번 단기선교에 300불 이상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론적으로 5000불을 더 사용한 것이 되기 때문에 아주 비싼 단기선교를 다녀온 것입니다.

어째든 모든 외적인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단기선교 대원들의 훈련이 시작되고, 나름대로 체력단련도하고, 매 주일 아침 거듭되는 훈련을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못가면서도 기웃거리던 때와는 다르게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제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갑자기 안되던 실험이 잘 되는 것입니다. 되는 실험이 안되는 것은 이해가 되도 항상 안되던 실험이 되는 것입니다. 미심쩍었던 부분이 풀리면서 우리 연구팀을 정말 exciting하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요새 천식약을 design하고 있는 group에 속해 있는데, 우리는 천식약이 working할 단백질을 simulation 하고 다른 팀에서는 그것을 실제로 합성을 합니다. 합성이 좀처럼 쉽지 않아서 낙심하고 있는 터였는데 그것도 잘 되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을 마음데로 합성해서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쯤해서 여러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지 모릅니다. 역시 선교 간다고 일년 전부터 노래를 부르더니 하나님도 도우셔서 일도 잘되게 하신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이 너무 잘되어서 우리 연구팀은 더욱 바뻐지는 것입니다. 연구 그룹의 head는 공공연하게 spring brake에 해치우자고 흥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 단기선교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일이 잘되니까 예정에 없던 미팅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모두 학기 중이라 중요한 미팅이 spring brake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기 일주일 전에는 세미나며 미팅이 줄줄히 잡혀 있는 것입니다. 또한 proposal의 due date이 3월 25일 까지라는 메일을 받고는 그만 저는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미팅이나 세미나라도 없다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3월 18일에 돌아 오면 저에게는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 spring brake에 선교 가지않고 일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 제가 사모하면서 준비한 단기선교였지만 잠시 눈 질끈 감고 포기해 버리자는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교묘하게도 딱 그 일주일에 일이 몰려 있는 것입니다. \'비행기 표를 구입했고 반환도 안되니까 나는 가야돼\' 라고 다짐해 보았지만 \'내돈 내가 냈으니 교회에 손해를 지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마음 속에서 설득력있게 들려 왔습니다. 제가 꼭 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부족해서 돈까지 넣어놓고 마음을 다지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교묘하게 이용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단의 작전이 더럽고 치사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눈앞에 있는 일이 너무 크게 보여서 당황하기만 할 뿐 이었습니다.

하지만 QT 시간에, 저는 일을 시작하기전에 QT를 하는데 물끄러미 성경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성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고민만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악한 일을 사모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 보시기에 기쁜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 있다\' 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상황들을 곰곰히 따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주님이 하신일을 보게 해 주세요. 모든 것들 잠잠하게 하시고 순전한 마음으로 주님만을 보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 했습니다. 그 기도로 인해 잘 되던 일이 다시 안 되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꼭 가야 겠습니다. 힘주세요” 라고 제가 가겠다고 결단하니 우선순위가 결정되면서 하나하나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해야하는 부분의 일들은 그런데로 정리하고 있는데 정작 Head에게 휴가를 떠나겠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실험이 잘 되어서 극도로 흥분해 있는데 찬물을 끼엊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는 부시 취임식때 단 일불도 쓰지 말자고 메일을 돌린 사람이고 크리스찬을 약간 비꼬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선교라니 …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망설이고 있으면서 시간은 흘러서 수요일이 되었습니다.??금요일이 출발인데... 도무지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준하를 일주일 동안 아프게 할 수도 없고, 혹시 보고를 하지 않고 나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안절부절할 뿐이었습니다.

그 아침에 QT를 하는데 주님은 저에게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마태복음 10장 32절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 사람을 시인할 것이다.” 하루종일 이 말씀이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미 가기로 결단했고 다만 구실을 찾고 있던 저에게 주님은 이 말씀으로 확신을 주셨습니다. 세상을 지으신 분이 설마 사람 마음하나 못 바꾸실까라는 평소에 볼 수 없던 믿음(?)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밤을 새워서 세미나를 준비해서 발표한 다음, 그에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정색을 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말만 아니면 다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준비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교 여행을 코스타리카로 떠나고 인디언 교회에서 일하시는 선교사님과 함께 치립보 인디언들에게 갈 것이라고 그리고 그들과 gospel을 share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자기도 20년 전에 한달 동안 파나마와 코스타리카 접경에서 생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너무 너무 그리워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20년 전에는 700불로 왕복 비행기표는 물론 한달 동안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생태적으로 잘 보존 되어 있어서 선교 뿐만 아니라 scientific mind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면서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Proposal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이라도 써보겠다고 했습니다. 출발하기 불과 12시간전에 모든 것이 잠잠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출발했습니다.

가서 받는 은혜가 크고 놀랍기에 사단의 방해도 컷구나라는 사실을 그 산지에서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순수한 그들의 믿음이 저를 새롭게 했습니다. 역시 기대한 것 이상으로 채우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돌아 왔습니다.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았습니다. Response 해야 할 메일이 수북히 쌓여 있고 due date에 걸려 있는 proposal은 많은 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고공행진하는 실험을 붙잡아야 합니다.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어서 시차에 적응 못하는 사람처럼 멍합니다. 인디언 아이들의 웃음이, 단백질 결핍으로 배만 나와 있는 모습이, 틈만 나면 찬양하는 인디오 형제들이 제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단은 저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봐라! 갈 때는 좋았지, 다 네 일이잖아” 라고 말합니다. 사단은 끈질기게도 일주일의 시간이 헛된 시간이었다고 물고 늘어집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이것들 또한 새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제가 출발하기 전에 모든 것을 잠잠하게 하신 주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그곳에 가지 않았어도 제 주변에는 여전히 처리해야 할 일 투성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새 힘으로 그 모든 것들을 처리할 것입니다.

아내와 다시 상의해야 하지만, 이번 tax return에서도 저는 또 deposit할 것입니다. 그것은 제 결단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선교에 가기 전부터 시작된 은혜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출발하기 전에 한창환 집사님과 김병률 성도님과 함께 sabino canyon을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한집사님이 저에게 치립보 산지는 이 등산로 보다 10배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곳에서 저는 20배 더 어렵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제 이곳에서 보다 50배, 100배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결단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결단하면 하나님이 하십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14 14:41)

이난희 06-03-25 12:35
 
많은 것을 묵묵히 담당해 나가시는 이 웅형제님의 모습에 늘 동의하고,
의지가 되고 믿음직스럽게 생각합니다.

얼마나 형제님의 모습에 자신을 돌아보며
도전을 받는지요.

삶 가운데서의 일에서도 피곤치 않고 주님의 빛과 소금의 모습을
드러내시며 좋은 결실들이 맺히길 기도합니다.
이경화 06-03-27 22:33
 
결단하면 하나님 이 하신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네요. 좋은간증 감사합니다
이중목 06-05-18 00:18
 
매일 매일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드리는 성도님의 삶의 모습----------------형제님을 축복 ,축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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