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신지요?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그의 사랑으로 무더위와 장마의 불편함을
날려버리고도 남음이 있기를 바랍니다. 월드컵으로 한참 들떠있으셨으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여기 사람들은 저희를 보며 중국인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이번 월드컵 덕분에 이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저희가 한국인임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었답니다.
말ㄹ 에 성령의 기도물결이...
지난 5월 성령강림절에는 말ㄹ 전체의 교회가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임이 종합운동장에서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이런 모임을 갖는데, 말ㄹ 의 교회가 연합하여 정부의 허락하에 이루어집니다. 모슬렘 국가에서 구국 기도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곳 말ㄹ 에서는 먼저 신고만 하면 거의 모든 종교모임이 가능하답니다.
참 감사할 일입니다. 말ㄹ 인들 뿐만 아니라 말ㄹ 에서 사역하시는 세계의 선교사들도 함께 모여 그 수가 약 이 천명 이상이었습니다. 운동장의 관중석을 꽉 채운 검은 물결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기도제목은 말ㄹ 의 교회들이 성령으로 충만해지길, 하나님의 긍휼이 말ㄹ 땅에 충만해지길 등이었습니다. 찬양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한 맘으로 기도하는 소리가 땅을 치는 이 말ㄹ 땅에 부족한 저희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은혜였습니다. 이들의 겉은 모슬렘이라는 테두리를 갖고 있지만, 안에는 하나님을 향한 몸부림이 있음을 볼 때, 하나님이 정말 이들을 사랑하시며 긍휼을 베푸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이들의 기도가 오천 명, 만 명 아니 그 이상이 되도록 기도해주십시오.
학교가 방학을 맞이하여...
6월 24일을 시작으로 저희가 섬기는 초등학교, 중학교가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운동장을 뛰놀며 \"임 선생님!\"하고 인사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게 못내 아쉽지만 10월에 시작하는 새 학기를 기약하며, 아이들과 짧은 이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지금은 그저 아이들과 친해지며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마음을 열지 못하면, 모슬렘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감사하게도 3개월간 아이들이 저를 잘 따라주고, 먼저 인사를 건네며 친한 척을 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여 불러주면 수줍음과 놀라움으로 하얀 이를 보이며 웃어주었습니다. 6학년과 중학교1학년 아이들과는 특별히 더 친분을 쌓아서, 다음 학기엔 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제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식 교육과정은 10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여 6월에 마치는 것이어서 이를 따르는 말ㄹ 도 이번 6월에 일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은 1년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양을 잡아 삶아서 한 자리에 모여 음식교제를 나눴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양을 잡는 일은 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마치 옛날 한국 시골에서는 집에서 직접 닭을 잡듯이 말이죠...^^
그런데 한 선생님이 저보고 기념으로 양 목을 치라고 저에게 칼을 건네주었습니다.저는...정중히 거절했습니다만, 그 선생님도 저를 놀래키려고 억지로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저의 놀란 표정을 보더니 껄껄대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음메~\"하며 뒷동산으로 따라간 양은 솥단지에 삶아져서 내려왔습니다. 말ㄹ 양고기는 참 맛이 좋습니다. 육질이 부드럽고 냄새도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양고기는 먹을 때는 아주 좋은데, 먹고 나서는 꼭 배앓이를 심하게 해서 먹을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이들과 함께 먹어야 마음을 더 나눌 수 있는데.. \"마음은 원이로되 정말 육신이 약하도다..\"
요즘 저희는...
요즘 부쩍 \"파인애플 농장 이야기\"라는 책의 내용이 생각나곤 합니다.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농장에 자꾸만 현지인들이 들어와 파인애플을 훔쳐가서 고민하던 선교사가 파인애플을 보호하기 위해서 농장의 담을 높였더니 파인애플을 훔쳐가는 일은 막을 수 있게 되었지만, 현지인들과의 관계에도 높은 담이 생겨서.. 나중에 파인애플을 보호했던 높은 담을 헐어버렸다는 이야기지요.
요즘 학교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동네 아이들이 담을 넘어 들어오기도 하고, 학교 정문을 통해서 몰래 들어오기도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아이들이 학교 교실, 창고를 기웃거리며 물건들을 만지곤 합니다.
학교 경비아저씨도 있지만, 저희가 직접 살펴보고 아이들을 막지 않으면 아이들이 담을 넘는 버릇,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10명 가량 들어와 있길래 달려가서 혼내주려 했더니 도망가는 겁니다. 아이들들 쫓아갔는데.. 이럴수가.. 제가 이렇게 못 달리는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도망가고 뒤늦게 여기저기 아이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학교 현지인 교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이 있으면 먼저 회초리로 많이 때리며 가르치고, 그래도 안되면, 경찰서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 주일날 예배드리러 교회에 온 학교 선생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꼭 아이들을 잡아서 경찰서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제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들의 눈빛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쉽게, 단순하게 학교에 몰래 들어온 아이들이 있으면 경찰서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 안에 긍휼이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주님의 긍휼을 언제나 기억하는 선교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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