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1-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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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선교회 선교 칼럼에서 데려온 글입니다.
치과에 가서 이빨을 뽑고 잇몸 수술을 했습니다. 빠진 이빨들은 지나온 삶의 족적이 아닐까 합니다. 어금니 꽉 깨물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힘겨운 세월의 누적이 아닐까 합니다. 뽑히는 이빨 하나하나에 애착이 가던 과거와는 달리 살갗에 박힌 가시를 빼내듯 가벼운 마음의 수용은 텅 빈 잇몸처럼 느슨해진 자의식으로 누리는 평안입니다. 몸에 칼을 대야 할 병이 생기면 당연히 한국으로 가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관념에서도 자유로와졌으니 이제 이곳 사람이 다 되었나 봅니다.
선교사살이 20년 동안 빚쟁이에게 볶이듯 풍치에 시달려 많은 이빨을 뽑았습니다. 10년 전 여러 개의 어금니를 뽑고 틀니를 해야 했을 때 마흔 갓 넘은 나이에 틀니를 한다는 사실도 참담했지만 뽑힌 이빨들의 거처도 중요했습니다. 비록 나는 이방에 있어도 나의 분신인 그들이나마 한국 땅에 두고 싶었던 건 고국을 향한 헤어날 수 없는 그리움의 속박에서 일부나마 해방되고픈 처절한 발버둥이었습니다. 선교사살이 10년째였지만 그때까지도 선교사란 공인의식이 부재했던 일개 평범한 아낙네의 틀을 벗지 못했음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치과를 다녀온 건 수요일인데 금요일 저녁이 되어도 통증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저녁 기도회에 혼자서 30분간 키보드 치면서 찬양인도를 해야하는데 몸이 시원찮으니 자꾸만 꾀가 납니다. 혀가 아파서 발음도 잘 안 되고 전신이 피곤해서 노래 부를 힘도 없는데 그냥 쉬어버릴까 하다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둠을 뚫고 걸어오는 교인들을 보니 쉬어봤자 편하기는커녕 더 불편할 것만 같습니다. ‘주님 어쩌다 저는 이렇게 아프고 곤해도 좀 쉬지도 못하는지요? 오늘은 대충 시간만 때우고 내려올 것입니다.’ 애꿎은 주님을 원망하면서 강단에 섰습니다.
\'주님은 호렙의 반석에서 솟은 생수\'란 찬양으로 시작하여 \'언젠간 주님과 같이 수정바다와 금길을 걸으리라\'는 대목에 이르니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록 멈춰지지 않은 뜨거운 찬양과 기도로 함께한 모든 교인들이 불 같은 성령의 역사와 주님의 임재하심을 체험했습니다. 여태껏 없었던 뜨거운 은혜의 찬양이었습니다. 나의 약함을 고백하면 나를 강하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하셨습니다. 이렇듯 작은 신음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새 힘을 얻어 하루의 삶이 더해지고, 사는 날이 더할수록 사역의 범위는 확장되어 주님께 모든 영광 돌립니다.
지난 8월 말 박성도선교사는 니카라과 각 교단장과 각 계 인사들이 모인 오찬기도회에 주강사로 초청받아 강의를 했습니다. 9월초엔 니카라과 선교센타에서 제3차 목회자 재교육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나성서부교회 김승곤 목사님의 요한계시록 강해를 박성도선교사가 통역하고 박순옥선교사는 현지교회 그룹과 연합하여 찬양인도를 했습니다. 니카라과 여러 교단장 목사님들도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이틀간 매일 3백 여명의 목회자들이 모였습니다. 신학배경이 전무한 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50여명이 와서 현장에서 숙식하며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하늘나라 확장 사역에 함께한 여러분들의 기도와 예물로 지어진 선교센타가 목회자 양성 및 교육의 요충지 역할을 감당하는걸 목격하니 다시 한번 더 여러분의 후원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미나 마지막 시간엔 김승곤목사님의 즉석 헌금으로 참석한 모든 목회자들에게 톰슨 주석성경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목회는 하지만 여태껏 주석성경 한 권 가지지 못했던 그들에게 꼭 필요했던 선물이었습니다. 멀리서 오셔서 사자 후로 성경을 가르치고 또한 눈으로 익히도록 도와주신 사무엘 김(김승곤목사님)과 에스떼반 박(박성도선교사)의 얼굴을 성경을 펼칠 때마다 떠올리겠지요.
요즘 니카라과에는 인근국인 미국이나 중남미 유명 목사들의 발걸음이 잦아 연중 끊임없는 집회와 세미나 개최의 현수막이 도로에 걸려 있는 걸 봅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기 위함이므로 군중동원에만 주력하다보니 정작 참석자들에겐 일회성의 겉 껍데기 뿐인 소문난 잔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박선교사는 목회자 개개인에게 유익한 알 찬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 준다는 호평이 났다고 합니다. 마나과에서 4시간 거리인 에스뗄리 지역에서도 소문을 들은50여명의 목사들이 재교육을 받길 원하고 있어 적절한 장소의 물색과 방법을 의논 중입니다. 열심은 있지만 신학 배경이 전무한데다 딱딱한 것을 싫어하는 국민성을 고려하여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학프로그램 개발이 개학을 앞둔 니카라과 신학교의 주요 과제입니다.
기도제목;
1. 11월6일부터 열릴 제4차 목회자 세미나를 위해
2. 캐나다에서 오시는 여러 강사목사님들을 위해
3. 통역과 찬양사역을 위해 한국에서 오는 박태진선교사 가족을 위해
4. 내년에 시작할 신학교 교수, 학생모집을 위하여
5. 시작은 미약하지만 장차 창대한 신학교가 되도록
6.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의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을 위하여
해가 거듭 될수록 많은 단기선교팀이 방문해주셔서 우리의 삶과 사역에 활기를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년간 뜸하여 궁금하고 보고 싶던 사람들이 다시 오겠다는 연락이 오면 반가움은 배가 됩니다. 내년에도 많은 반가운 얼굴들로 선교센타가 북적거릴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많은 좋은 일들이 예감되는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늘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께 우리와 함께하시며 축복의 통로가 되게 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나눠드립니다. 샬롬!
2008-10-11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선교사 박성도 박순옥 박태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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